한국당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 정기국회 파행 - 한겨레

한국당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 정기국회 파행 - 한겨레

민생법안에 예산·패스트트랙 법안도 차질
교육·산업계 “국회 마비…무릎꿇고 사과해야”

29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정기국회 12차 본회의가 유치원 3법 등 상정 안건 199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파행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에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이날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등이 본회의 문턱 앞에 멈춰섰다. 정기국회가 전면 파행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과 교육·산업계 등은 “한국당이 민생·경제 입법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회 전체를 마비시켰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애초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10일까지 본회의 상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으로 출발시킨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폭거의 열차가 대한민국을 절망과 몰락의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신청 사실을 알렸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대안신당은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법안 의결에 필요한 인원이 참석하지 않으면 본회의 개의가 어렵다고 회의 소집을 포기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과 만나 본회의 개의 등을 놓고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파행 뒤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어 한국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당리당략을 앞세워 민생 포기를 서슴지 않는다. 역사상 이런 근본 없는 정당은 없었다”며 “용서할 수 없는 폭거에 단호하게 응징하겠다. 한국당의 도발적 정치에 대해서 단호한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당장 국정과 민생을 대상으로 한 인질극을 중단하라”며 “국회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몽니의 끝판왕 자유한국당은 자진해산이 답”이라고 맹공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은 다음달 3일 이후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대비한 ‘원천봉쇄 작전’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정기국회 종료 시점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20대 정기국회는 더는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한다. 2020년도 예산안은 물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시급히 통과돼야 할 선거법 등 산적한 현안이 모두 발목 잡히면서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육 및 안전 관련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모든 유치원 학부모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이들 교육, 안전과 관련된 문제 앞에서는 진보와 보수는 물론, 당리당략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어린이안전법을 ‘협상 카드’로 취급한 것에 대해 “한국당은 선을 넘었다. 학부모들과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최원형 이주빈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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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09:43:3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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