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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재인 연대'가 성공하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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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45
국민의힘-국민의당-보수단체 비상시국연대 출범
“대통령 한 사람이 다스리는 독재” 엉뚱한 진단
총선 결과 ‘일당독재 시스템’ 부정선거 탓 돌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구태의연 구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정치 뉴스 중에서 제가 가장 주의 깊게 본 것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양석 사무총장이 보수 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정권 조기 퇴진”을 주장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이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뒤 저는 이른바 보수 야당이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치 막전막후 235-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를 끊어낼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홀로 등반에 나섰다가 바위에 팔이 낀 사람이 5일 만에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건진다는 내용의 영화 ‘127시간’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내야 하는 영화의 주인공과 정치적 생존을 위해 극우 세력과 결별해야 하는 우리나라 보수 야당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저의 희망과 반대 방향으로 치달았습니다. 2019년 2월 전당대회에서 공안 검사 출신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표로 선출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광화문에서 장외투쟁을 계속했습니다.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막겠다며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가 미래통합당의 4·15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였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패배 이후 ‘경제민주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광주를 찾아가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반문재인 연대’를 명분으로 극우 세력과 또다시 다시 손을 잡는다면 그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10일 보수 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뭐라고 했을까요? 한겨레> 김미나 기자의 기사를 보면 대략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번 연석회의는 국민통합연대라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시대연)라는 단체가 주도한 것입니다. 행사 사회를 본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연석회의 결과 통합 투쟁기구인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가 출범했습니다. 현장에서 공동대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7명이 추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음날 “현 정권의 폭거에 저항하며 정당,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큰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공동대표직은 안철수 대표가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주최 측에서 추대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공동대표직에 대한 참여나 수락 의사를 밝힌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는 10일 연석회의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이 참석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아무래도 극우 성향 인사들과 함께 묶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빠진 공동대표 자리에는 홍준표 의원이 합류했습니다. 10일 연석회의에는 국민의힘,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창당준비 단계인 정치인들, 그리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들이 지금 ‘반문재인 연대’를 구성하려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만한 사람들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한번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참여 단체와 대표 참석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 이태규 사무총장 자유시민당 이순임 창당준비위원장 자유책임당 정규재 창당준비위원장 자유한국21 하형규 창당준비위원 국회의원 홍준표 의원 국회의원 윤상현 의원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 송복 권영빈 이문열 최병국 김진홍 4대강보 해체 저지 국민연합 곽창규 사무총장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 공정사회국민모임 이종배 상임대표 국민노동조합 성삼영 정치교육원장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변호사 모임 조대환 상임대표 나라 지킴이 고교연합 김광찬 공동대표 대구자유공정시민회의 김익환 상임대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 강신길 운영위원장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장희숙 공동대표 미래대안행동 이대순 대표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인환 공동대표 바른인권여성연합 이봉화 상임대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조성환 공동대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서경석 집행위원장 수도이전반대 범시민투쟁본부 설승현 사무총장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구본철 상임대표 의정감시단 전옥수 사무총장 자유민주국민연합 박준식 사무총장 자유민주시민연대 윤수현 공동대표 자유시민정치회의 김주성 공동대표 자유언론국민연합 최영재 언론위원장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 프리덤코리아 제성호 공동대표 프리텀칼리지 이숙녀 공동대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김태훈 회장 행동하는 자유시민 김정욱 이사 *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대책에 따라 참여 단체를 35개로 선착순 제한했습니다.
마지막에 별표로 추가한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단체가 참여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35개로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19’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표현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코로나 19’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 중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국내에서는 황교안 전 국민통합당 대표와 조선일보>가 매우 오랫동안 ‘우한 폐렴’이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했습니다. 코로나에 ‘중국’이나 ‘우한’을 붙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코로나 19‘를 색깔론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이 보시기에 연석회의 참석자들의 면면은 어떻습니까? 우선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극우 세력이 모이는 연석회의에는 왜 참석했을까요?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연석회의 참석을 걱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서 오라는데 우리가 부잣집도 아닌데 어떻게 안 가겠느냐”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데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올라가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내년 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 밖의 보수 세력과 일정한 수준에서 제휴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국민의당 지도부인 안철수 대표, 이태규 사무총장의 이름도 올라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와 매우 가까운 정치인으로, 20대에 이어 21대에도 비례대표 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국회의원 보좌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경력이 있습니다. 정규재 자유책임당 창당준비위원장은 ‘펜 앤 마이크’ 대표 및 주필을 했던 사람입니다. 내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경제> 논설 고문 출신으로 ‘정규재 텔레비전’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 1월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너무나 유명한 정치인이지요.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1996년 국회의원이 됐고, 최고위원, 원내대표, 대표, 경남지사를 지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2017년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24.03%를 득표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사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매우 가까운 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대와 21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계속 당선됐습니다. 홍준표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 5명도 꽤 유명한 사람들입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 이문열 소설가, 최병국 전 의원, 김진홍 목사는 극우나 보수 성향 인물들입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도 꽤 알려진 인물입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경남 김해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49.67%, 장기표 후보가 41.61%를 득표했습니다. 명단에는 없지만, 연석회의에 참석한 사람으로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과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은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헌 변호사 등이 있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 특임장관을 지낸 정치적 거물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실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996년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국회의원 세 차례, 경기지사 두 차례를 지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극우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헌 변호사는 국민의힘 추천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법조인입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지냈고, 2016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꽤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각자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연석회의에 참석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애국심과 절박감에서 어렵게 용기를 낸 사람들도 꽤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주관과 객관이 일치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권력 쟁취와 출세 욕구가 강한 사람들과 가까이하면 개인의 선의도 추악한 권력욕으로 매도당하기 쉽습니다.
‘극우 세력’ 못 뿌리치는 보수 야당 지도부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과거 정부 ’핵심실세’ 극우로 전향해 출세 노리는 전향 상업주의 적대감이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확증편향
연석회의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제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극우 세력과 차마 절연할 수 없어서 끌려 나온 야당 지도부 구성원들입니다. 둘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핵심실세였다가 권력을 잃은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구정치인들입니다. 셋째, 극렬 좌파였다가 극우로 전향해서 출세를 노리는 ‘전향 상업주의자’들입니다. 넷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린 ‘확증편향인’들입니다. 제 표현이 너무 심한가요?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는 10일 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채택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성명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동단결로 문재인 정권 퇴진시키자! 문재인 정권 조기퇴진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대표자 연석회의 성명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으로 대한민국은 국가 자체가 송두리째 없어질 위기다. 북핵굴종, 대중굴종, 한미동맹 파괴, 검찰 무력화,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드루킹 여론조작, 탈원전, 부동산 폭등, 울산시장 선거 개입, 코로나 정치방역 등 문 정권의 폭정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모든 위기의 본질은 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탄핵을 넘어 국가 자체를 탄핵시킨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대통령 개인 한 사람이 전체를 다스리는 독재가 시작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입법·사법·행정 등 3권의 분립과 상호 견제 및 균형은 사라졌다. 또 70년 헌정사 최초로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정당을 압도하는 소위 ‘단일정당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도 경험했다. 문 정권이 구축한 ‘행정부 단일국가’ 및 ‘일당독재’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앞으로 범야권 세력이 선거로 범여권 연합세력을 이기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도 범야권 진영은 대립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에서 집권여당과 친여 2·3중대 정당, 민노총과 전교조 등 막강한 좌파단체들의 ‘범여권 연합전선’을 극복할 수 없는데도 아직도 제각각 정치적 지분을 노리고 각개약진하고 있다. 그래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한가로운 지분싸움과 노선투쟁은 잠시 접어두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없어지는 마당에 사소한 노선 차이는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권을 조기 퇴진시키고 범야권 연합세력과 대한민국 보존 세력이 재집권한 뒤에 노선투쟁을 해도 늦지 않다.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이해와 요구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급선무는 문재인 반역세력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이다. 이 길에서 뭉쳐야 한다. 이런 위기에서도 단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선거로 정권을 바꿀 수 없는 일당독재 전체주의 사회가 올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앞으로 서로 다른 이해와 요구는 일단 접어 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조기 퇴진시키고 국가를 정상화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일치단결할 것이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싸우자! 반역세력과 결사 항전하자! 2020년 12월 10일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어떻습니까? 정치적 내용을 담은 성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일정 부분은 사실이어야 합니다. 허구로 가득 찬 욕설과 비난을 줄줄이 늘어놓아도 사실이 아니면 무책임한 선동에 불과합니다. 성명을 듣거나 읽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첫째, 성명은 “문재인 대통령 한 사람이 전체를 다스리는 독재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삼권 분립은 사라졌고 더불어민주당의 ‘단일정당 국가’로 전락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요? 정말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독단’이 아니라 ‘무능’입니다. 부동산 정책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면 정확히 비판해야 합니다. 번지수가 틀린 진단은 호소력이 전혀 없습니다. ‘독재’가 뭔지 잘 모르십니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는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라고 말만 해도 안기부나, 보안사, 경찰에 끌려갔습니다. 영장도 없이 갇혀서 두들겨 맞고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징역을 살았습니다. 그게 바로 독재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독재라고, 민심과 동떨어진 비판을 일삼던 황교안 대표는 4·15 총선에서 심판받았습니다. 이른바 보수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줄 모르나요? ‘삼권 분립이 사라진 시대’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 아니었던가요? 단일정당 국가라니요? 대한민국이 전체주의 국가입니까? 대한민국이 단일정당 국가라면 국민의힘은 정당이 아닙니까? 둘째, 성명은 4·15 총선 결과를 문 정권이 구축한 ‘행정부 단일국가’, ‘일당독재’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 유권자가 그렇게 아둔한 사람들인가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총선, 대선 승리는 민심의 정당한 표출이고,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총선, 대선 승리는 부정선거인가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셋째, 진단이 엉터리면 처방도 엉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명은 ‘범야권 연합세력과 대한민국 보존 세력’이 뭉치기만 하면 문재인 정권을 조기에 퇴진시키고 재집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가요? 이른바 보수 세력의 재집권이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른바 보수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패배했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고색창연한 구호로는 절대 재집권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인정해야 합니다.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 세력과 결별해야 합니다. 영화 ‘127시간’의 주인공처럼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진화해야 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정책 정당, 대안 정당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독설을 거두고,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몇 가지만 제시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에게 매우 관대합니다. 유권자들도 뒤끝이 길지 않습니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개가 사납게 짖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입니다. 깊은 물은 고요한 법입니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말도 안 되는 비판을 할 때가 아닙니다.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빌기 바랍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보수 세력이 재집권할 수 있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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