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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사유 있을 땐 24주까지
‘배우자 동의’ 삭제…자연유산 약물 허용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의료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에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처다. 당시 헌재는 올해 12월31일까지 낙태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개정안을 보면, 임신 14주까지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의 의사로 낙태가 가능하다. 임신 15∼24주에는 강간에 의한 임신, 임산부의 건강 위험 등 현행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조건과 함께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임신 24주 이내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는 모자보건법이 정한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또 안전한 낙태를 위해 현행과 같이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모자보건법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낙태 시술할 수 있다. 만 16살 미만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학대로 동의받기 어려운 경우 이를 입증할 공적자료와 종합상담기관의 상담사실확인서로 시술할 수 있다. 전국 보건소와 보건복지부장관이나 광역단체장이 지정하는 비영리법인에 임신·출산 관련 종합상담기관이 설치되고 이곳에서 임신 유지 여부 관련 상담이 진행되며 상담사실확인서를 통해 낙태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심신장애인의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시술이 가능하다. 자연유산 유도약물 사용도 허용돼 시술 방법의 선택지가 확대된다. 정부는 앞으로 약사법을 개정해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의약품에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는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 거부도 인정된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4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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