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은 '인간의 실수'였다고 인정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이란 정부의 주장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번 참사가 사람의 실수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비정상적 상황을 조성한 쪽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3일 가셈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테러로 살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에 대응해 마땅히 보복 공격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첨예한 긴장이 계속되면서 우발적 참사가 벌어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상황이 유지됐을 테고, 여객기를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중동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무리한 '전략적 실책'으로 비판받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을 다시 꺼내들고 '미군 철수' 의제를 다시 부각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언급 이후 이란 고위 인사들도 '태세 전환'에 합류했다.
인도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대테러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인물이었다"라며 "내 말을 못믿겠다면 그의 죽음 뒤 누가 가장 기뻐했는지 보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폼페이오, 그리고 다에시(이슬람국가)였다"고 말했다.
라메잔 샤리프 이란 혁명수비대 대변인도 14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보복은 미군을 중동에서 완전히 쫓아내는 것이다"라며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은 그 보복의 첫 단계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은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도 이날 시리아 국방장관을 만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은 적(미국)의 무지한 행태다"라며 "중동 전체가 미군 주둔을 끝내기 위해 끈질기게 저항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란 보수세력은 13일부터 반서방 시위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이들은 이날 영국 대사관앞에서 반서방 집회를 열고 성조기, 영국 국기(유니언 잭) 등을 태우며 반미, 반서방 구호를 외쳤다.
지난 11일 롭 매케어 이란주재 영국 대사가 반정부 시위에 첨석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집회는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후 집회는 이란 정부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로 변질됐다.
매케어 대사는 집회 성격이 바뀌면서 자리를 떴으나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붙잡혔다. 매케어 대사는 이란 외무부의 개입으로 곧 풀려났지만 영국 정부는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이에 이란 사법부는 14일 "사법부의 관점으로는 영국 대사는 '외교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라며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2020-01-15 11:08:5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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