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자체개혁안 낸 검찰
1일 대검찰청이 자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검찰개혁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주말 대규모 촛불시위가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콕 집어 개혁방안을 내놓으라 지시한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개혁을 존중한다는 뜻을 반복해서 밝혀왔던 터다. 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과도하게 수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차단,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이 내놓은 것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즉시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당연히 특수부 축소다. 특수부는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하는 직접 수사 부서로 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 사건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강압수사ㆍ망신주기 논란이 거듭됐고, 검찰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특수부 축소ㆍ폐지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장관이 발족시킨 ‘제 2기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도 첫 과제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ㆍ공판부로의 중심이동’을 내세웠다.
윤 총장이 특수부 축소를 내세운 건 외부 압박 이전의 선제적 대응인 셈이다. 세 곳에만 특수부를 두겠다는 것도 앞서 정부가 밝힌 방향과 같다.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특수부 축소 문제가 거론되자 도쿄ㆍ오사카ㆍ나고야 지검 세 곳에만 특수부가 있는 일본 사례를 들었다.
다만 특수부 축소의 ‘각론’에 들어가면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수부 세 곳만 남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전국 특별수사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거대 조직이다. 특수 1∼4부에만 소속 검사가 40여명에 달한다. 이걸 ‘지검의 한 특수부’라 할 수 있을 지, 중앙지검 특수부를 그대로 두고 다른 특수부를 없애는 것이 과연 특수부 축소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앙지검의 공정거래조사부, 방산비리수사부 등 4개 부서도 직접수사 부서로 분류된다. 이 부서들 정리 방안도 있어야 한다. .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개혁안이 문 대통령 등 현 정부가 요구하는 기대수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수부 폐지는 검찰개혁 때마다 마르고 닳도록 논의된 사항이다. 윤 총장의 전임자인 문무일 전 총장 때에도 추진되던 개혁 방안이기도 하다. 대검 고위 간부는 “특수부 축소는 검찰 내부적으로 꾸준히 방안을 마련해온 사안”이라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개혁 방안은 사실상 조 장관 수사팀 보호 방안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조 장관에 대한 수사와 검찰개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검찰 역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하는 정치권의 ‘검찰 때리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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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09:45: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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