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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다리 부러뜨렸다”…촬영장 속 동물, '소품'인가요?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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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부러뜨렸다. 너무 끔찍해서 담당 스태프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들었다."

동물과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을 다룹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동물들은 거친 촬영 현장을 견디고 힘든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촬영 현장 속 동물들, 그리고 그 동물들을 다뤄야 하는 제작진들, 안녕할까요?


동물권 행동 '카라'에서 지난 6월 5일부터 4주간 영화와 방송, 뉴미디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촬영 현장의 동물 복지 실태와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동물과 함께한 촬영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촬영 종사자 157명이 응답했습니다.

■ 동물이 죽거나 다쳤다, 21%

'촬영을 위해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였습니다. 사고에 의한 것이 13%였고, 고의에 의한 것이 8%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부러뜨렸다. 이 과정이 너무 끔찍해서 담당 스태프는 트라우마도 생겼다고 들었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또 영화 장면 묘사를 위해 거북이의 등 껍질을 벗기거나, 촬영 중 놀란 말을 멈추게 하려고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장시간 대기로 스트레스를 받아 물고기나 새떼가 폐사하거나,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묶어 두다가 다리 등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사람도 다쳤다, 8%

동물이 안전하지 못한 현장, 사람도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촬영에서 동물이 인간을 다치게 한 사고는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8%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고는 대부분 훈련되지 않은 동물이 출연하거나, 동물이 긴장하는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동물이 겁을 먹고 돌발행동을 해 스태프가 타박상을 입었다", "투견 장면을 촬영하다 주변 사람이 물렸다", "멧돼지 촬영 중 멧돼지가 갑자기 출연자를 공격했다"와 같은 답변이 있었습니다.

설문을 진행한 카라 측은 "촬영을 위해 고의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는 것은 동물 학대"라며, "답변 중에는 동물보호법으로 처벌될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동물 배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대부분의 동물은 전문업체(44%)나 스태프·지인(25%), 동물 단체·커뮤니티(24%)에서 대여하거나 섭외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촬영이 끝나면 되돌려주면 되는데, 아예 구매하거나 포획한 동물이 문제가 됩니다.

'구매했거나 포획한 동물을 어떻게 처리했냐'는 질문에 8%는 '모른다', 3%는 '폐사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나마 개와 고양이, 말은 소속이 분명하지만, 어류와 조류, 야생동물은 폐사나 방사, 재판매로 후속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카라 측 설명입니다.

■ 동물에게 연기란 '학대'일수도

촬영 현장에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전문가가 동행하는 등의 조치는 부족했습니다. '현장에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라는 응답은 34%에 불과했고,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촬영 현장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했다'라는 응답은 20%에 그쳤습니다.

동물이 인간처럼 연기할 수 없는 만큼, 동물에게 섬세한 연기를 요구할수록 이는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대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 촬영 현장에 종사하는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58%)은 '동물 출연 대신 CG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예산 부족(41%),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33%) 등을 꼽았습니다.

■ "동물과 인간이 모두 안전해야"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일선 제작진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응답자 중 대부분(97%)은 동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동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상주'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수의사나 동물 전문가를 배치하거나(73%), 안전한 대기 공간을 마련(61%)하는 등의 방안도 내놨습니다. 또 출연 동물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과 체계 마련, 스태프 대상의 동물권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응답자들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 동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어줄 스태프들의 존재는 중요하다"며, "국내 촬영 현장의 환경이 열악할수록 동물들의 처우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총 33개 문항으로 ▶참여자 정보 ▶동물 섭외 경험 ▶동물 배우 복지 ▶촬영 현장 내 동물 학대, 동물권 침해 제보 ▶개선방안 등을 물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동물권 행동 '카라' 누리집(www.ekara.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eptember 11, 2020 at 05: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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