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교육부는 개학 연기 결정에 맞춰 수업시수 충족이 어렵다는 일선 학교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고 "감축한 수업일수만큼 수업시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4주 차 이후 휴업일(10일)을 법정 수업일수(초·중등 190일, 유치원 180일)에서 감축하도록 권고하고, 이에 비례해 수업시수 감축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하루 6시간씩 5일을 휴업하더라도 다른 날에 총 30시간의 수업을 추가로 메워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학교들은 초등학교에서 저녁 수업을 강행하거나 방학을 과도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직원 단체들이 "수업일수 감축과 함께 수업시수도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휴업 장기화에 따른 학교 시수 충족 문제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수 감축이 허용된 것과 관련해 "1학기 기말고사를 최대한 여름에 붙인다면 1학기 중간고사도 현행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학교급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중간고사를 과정형 수행평가로 대신할 것을 교육청이 권고한 것은 학교마다 달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교는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이 대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수행평가 실시를 크게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학교들도 당초 수업시수를 맞추기 위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려던 계획을 다시 지필평가로 바꿀 수 있다. 향후 일선 교육청들은 교육부의 시수 감축 결정에 따른 학사일정 권고안을 각 학교에 공고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입이다. 만약 또다시 추가 휴업이 발생하면 고3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8월 31일)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 일정도 틀어지게 된다. 또 장기 휴업에 따라 중간·기말고사까지 밀리거나 생략되는 사태를 고려한다면 입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재로선 상반기 중으로 코로나19가 퇴치된다면 수능 준비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교육당국 입장이다. 그러나 수능 출제에 문제가 없더라도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를 완벽히 마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거론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개학이 한 달 이상 미뤄진 상황에서 대입 전형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개학 일자가 연기되면서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전형 요소 중 하나인 학생부는 작성 기준일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며 "중간고사도 정상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워 일부 학교는 지필고사보다는 수행평가나 과제물 위주로 성적을 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능 등 입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교 현장에선 입시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만큼 입시 일정 연기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라며 "학사일정이 5주가량 늦춰진 것을 고려하면 수능을 11월 말에 치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후 수능이 미뤄진 사례는 모두 세 번이다. 2017년에는 수능일 하루 전 포항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긴급히 연기돼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앞서 2005년과 2010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각각 열려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지만, 연초에 수능 연기를 발표해 큰 혼란은 없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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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09:33:2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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