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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못한 위기 닥쳤는데… 경제사령탑이 안보인다 - 조선비즈

한번도 경험못한 위기 닥쳤는데… 경제사령탑이 안보인다 - 조선비즈

입력 2020.03.14 03:04

[코로나 경제위기]

1998년 외환위기, 이규성·이헌재·전철환 원팀돼 과감한 개혁
2008년 금융위기, 강만수·전광우·이성태 美中日 통화 스와프
前 경제관료들 "대책반 꾸려 위기체제 전환, 강력한 리더십 필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워 거취 문제가 불거졌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하루 만인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그대로 물러섰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하자,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경 확대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아 홍 부총리가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이다. 결국 기재부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경안 확대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논리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경제 논리를 덮어버린 셈이다.

위중한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데 마스크 대책에 허둥댔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 국난급 경제 위기를 극복한 과거 경제팀에 비해 이번 홍남기 경제팀은 당·청에 휘둘리며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원 팀으로 위기 극복한 과거 경제팀

관가 안팎에서는 과거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 경제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던 것과 이번 위기의 부총리 처신이 비교되고 있다.

1998년 IMF 외환 위기 당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호흡을 맞춰 위기를 헤쳐나갔다. 지금으로 따지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경제 관료와 경제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경제 위기에 맞섰다. 이들은 과도한 빚과 투자로 어려워진 기업과 은행들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했다. 일각에선 대기업과 대형은행들을 무리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문재인(왼쪽 둘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왼쪽 둘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엔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팀을 이뤘다. 이들은 미국·일본·중국과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성사시키며 흑자를 내고도 도산할 수 있었던 위기를 넘겼다. 당시 이성태 총재는 한은 독립성을 주장하며 강만수 장관과 충돌했지만 결국 위기 앞에 대승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2008년 10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대폭 인하하는 등 금리를 6차례 인하하며, 5.25%에서 2%로 대폭 낮췄다. 당시 위기 앞에 섰던 김대중·이명박 대통령은 경제팀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줘 과감하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관료들은 힘을 합쳐 소신껏 일해야 하고 정치권의 간섭은 되도록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반 꾸려 종합 대책 내놔야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은 한시바삐 위기관리 체제로 국정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환 위기 징비록을 쓴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대책반을 꾸려 금융시장별·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 이사장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재정을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다"며 "앞으로 독자적인 방어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인데,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우리로선 외환 문제가 가장 중요하며 통화 스와프 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 때도 한국은행이 미 연준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를 맺어 한도 내에서 언제든 원화를 달러로 바꿔올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을 긴급 방어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한시 조치였다. 현재는 캐나다·중국·스위스·호주·말레이시아 등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지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는 스와프 안전판이 없는 상태다.

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시장안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는 "지금 홍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할 일은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경제팀을 모아 비상경제대책회의라도 열고 시장을 향해 '몇 달이고 버텨 달라'고 호소하며 자신감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전략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 위기 등 전례에 비춰볼 때 지금 시장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며 긴 호흡이 필요하다"면서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가 팀을 꾸려 수시로 소통하면서 시나리오별로 종합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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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18:04:5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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